대마법사. 시간여행자 휴머노이드에 몇천만년을 산
신화생물도 있는 마당에 뭐가 그리 특별하겠냐만,
무려! 나는 인간의 몸으로 영생을 달성한 대천재라고!
근데 길게 사는 게 재미는 없더라. 남 죽는 꼴을 너무 많이 봐야 해. 친구는 늙어가는데 나는 아무렇지
않은 게 좀 견디기 힘들어. 인간이 아닌 것들과
친해졌다면 조금 달랐을까. 하지만 나는 인간인 걸.
사실 평범하기를 원했던 것 같기도 한데, 어쩌다
여기까지 와버렸는지는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나지 않아. 내 옛날 모습도 이제는 기억에 남아있지 않은 걸. 검은 머리였다는 정도?
미쳐있다는 말이 맞겠지. 그래, 나는 제정신이
아닐지도 몰라. 과거에 대해 제대로 기억하는 것도
전혀 없고 무리해서 밝은 척 하는 정도가 한계야.
인간의 정신으로 너무 오래 살아버린 대가라고
생각해.
그 꼬마에 대한 건 알고 있어. 바다를 닮은 그 애
말이야. 평행세계의 나 자신이라니... 어디가
닮았다는 거지? 아, 성격? 그건 맞는 것 같아. 처지도 어쩌면 비슷하겠지. 마나의 사랑을 받아버린 나와
바다의 사랑을 받는 그 녀석. 음, 신한테 관심받는게 그리 좋은 일은 아닌데.
나는 마지막으로 남은 인간 마법사야. 마법은 점차
잊혀져서 지금은 거의 사라졌거든. 나를 남겨두려고 신이 나한테 마법에 대한 재능을 이만큼이나 준거라고 짐작하고 있어. 어릴 때부터 마나침식이 시작되서
지금은 마나 그 자체, 거의 신적인 존재에 가까워졌으니까.
좋아하는 거? 음... 햄버거. 감자튀김. 콜라. 패스트푸드 전반. 가리는 음식은 없고.
옛날의 그 쌍둥이를 기억하냐고? 당연히. 왜냐면 최근에 만났거든. 생각지도 못한 모습으로.
뭐, 죽어서도 사라지지 못했을 거라는 건 짐작했었어.
처음부터 알아보지는 못했고 기운이 미묘하게 둘로 나뉘어있는 걸 보고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그쪽에서 나를 알아봤지.